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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훈 지음 |
비룡소 | 2016
무시무시할 정도의 디테일, 등골이 서늘해질 정도의 엄중한 주제. 그림책 작가 이기훈의 작품 세계이다. 그는 첫 작품 『양철 곰』부터 볼로냐 라가치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선정, BIB(브라티슬라바 일러스트레이션 비엔날레) 어린이 심사위원 상 수상 등 예사롭지 않은 주목을 받아왔다. 인류가 탕진한 지구를 양철 곰이 자신의 몸이 녹슬어 스러지도록 바쳐가며 회생시킨다는 이야기에 이어 두 번째 책 『빅 피쉬』는 노아의 방주를 뒤집는 패러디였다. 물을 뿜어낸다는 전설의 ‘빅 피쉬’를 잡아온 인간이 그 물을 독점하려다 홍수에 휩쓸린다는 스토리. 방주에 올라탄 것들은 인간을 뺀 모든 동물이었고, 동물들이 허우적거리는 인간들을 내려다본다는 결말은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그 인간들은 구석기인이었으니, 인간의 재앙스러운 탐욕은 고대부터 SF적 미래까지의 인류 역사를 통과하는 이 작가의 가장 첨예한 문제의식이었다.
세 번째 책 『알』은 약간 다른 주제를 보여주는 듯하다. 엄마가 냉장고에 넣어둔 달걀을 몽땅 꺼내 이불 속에 묻고 품는 아이. 그 달걀에서는 사슴에서 기린까지, 온갖 동물들이 깨어나고, 아이는 그 동물들을 엄마 몰래 먹여 키우느라 여념이 없다. 천진한 아이의 유희 정신, 동물과 인간의 어울림이 펼쳐지는 흐뭇한 판타지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무시무시한’ 디테일과 밝지만은 않은 색감, 강에서 오리 배를 타던 아이와 동물들이 폭포에 떨어져 바다로 쓸려가고, 거대한 고래에게 삼켜져 그 뱃속을 헤매는 장면들은 이 이야기를 그저 귀여운 아이의 상상으로만 밀어놓을 수는 없게 만든다. 더구나, 역시 충격적인 결말이라니. 아이가 없어진 후 사진을 들여다보며 슬퍼하던 엄마 앞에 오리 한 마리가 날아와 놓고 간 것은, 하얀 알 하나다. 엄마가 품어주면 거기서 아이가 짠, 하고 깨어 나올까? 하지만 의혹에 잠긴 엄마의 표정, 알을 덮치는 듯한 엄마의 손이 유난히 강조되는 구도는 그런 낙관을 주저하게 만든다.
작가는 전작 두 편과 달리 결말을 열어 놓는다. 어떤 독자는 이 작품이 ‘어른들을 위한’ 책이라고 했지만 ‘아이들에게 어려울 것 같다’는 『양철 곰』이 ‘어린이 심사위원’들에게서 상을 받은 만큼, 아이들의 상상은 더 다채롭고 광활하게 펼쳐질 것 같다. 이렇게 어렵고 무거워 보이는 책을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내는 작가, 알아봐주는 독자가 있어서 그림책 세계는 더 풍성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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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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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원표 지음 | 웃는돌고래 | 2016오잉? 이 의성어의 울림이 자못 탄력 있고 경쾌하다. 뭔가 뜻밖의 일을 만났을 때 약간의 놀라움과 즐거움을 담아 발하는 탄성이니, 이야기는 흥겹고 재미있을 것 같다. 별이 빛나는 밤하늘을 배경으로 작은 분화구 같은 구멍 속에서 아이와 강아지가 머리를 내밀고 있는 걸 보니, 이 아이들이 달나라에라도 온 모양이다. 표지에서 걸게 되는 독자의 이런 기대는 충실히 채워진다. 숨바꼭질하던 아이와 강아지가 두더지 친구를 따라 굴속으로 들어가니 나오게 되는 데가 달이라는 것이다. 아이들은 통통, 폴짝, 두둥실, 하늘을 마음껏 뛰어오르고 날아오른다. 그림책의 특별한 장점, 아이들의 감각을 직접 건드리고 터뜨려서 마음껏 해방감을 느끼게 만드는 기능이 한껏 발휘된다. 그뿐인가, 아이들은 할머니, 엄마, 누나에서 고양이와 금붕어까지, 온 가족을 데려와 함께 뛴다. 주머니에 들어 있던 귤 하나를 심으니 금세 나무가 무럭무럭 자라고 과일이 주렁주렁 달려 모두들 맛있게 먹는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이 가족이 돌아가고 난 뒤 토끼와, 눈사람 같기도 하고 오뚝이 같기도 한 캐릭터들로 이루어진 달나라 주민들이 여전히 주렁주렁 달린 귤을 함께 즐긴다. 만화 풍의 화면 구성, 동글동글 보드랍고 귀여운 캐릭터들, 아이들 그림 같은 단순한 선으로 표현되는 티 없는 표정과 동작들이 보는 이들의 마음을 나긋하게 풀어준다. 이 부드러움과 흥겨운 해방감이 전면에 나서는지라, 달나라에 와서 마음껏 뛰어오르는 가족들이, 허리 굽은 할머니와 만삭의 엄마와 휠체어에 앉은 누나 그리고 다리 다친 고양이라는, 몸 움직이기가 불편한 존재들이라는 사실은 살짝 가려진다. 두 번째 들여다볼 때에야 아, 이런 배려가 들어 있구나 하고 깨닫게 된다. 호들갑스레 나서지 않는 이 배려에 마음이 더 깊이 따뜻해진다. 우주는, 물리적으로는 무서운 곳이다. 공기도 없고, 어떤 곳은 너무 뜨겁고 어떤 곳은 너무 차갑다. 첨단 보호 장비 없이는 한 발짝도 내디딜 수 없는 곳이다. 이 무서운 우주를 작고 동그랗고 부드러운 캐릭터들의 행복한 웃음과 따뜻한 마음이 가득 채운다. 후광이 드리워진 귤나무의 환한 색깔과 새콤달콤할 귤 맛도 함께 그곳을 채운다. 차갑고 무서운 우주를 즐거운 놀이터로 바꾸는 그림책의 힘이다. 그러니 그림책으로 지구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터무니없는 망상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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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14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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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지음 |
베이직북스 |
2016
자녀교육은 한국부모의 최대이슈이자 생존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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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리만큼 자녀성공에 사활을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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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초월의 이상 현상까지 비일비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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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걸 먹어치우는 사교 육 붐은 그 절정
.
그래서 부모는 숙명처럼 전력질주 를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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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이 목 끝에 차올라도 자녀성공의 마 법주문만 외면 참아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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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라인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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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런데 의문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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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이 선택은 남는 장사일까
.
다른 건 빼더라도 일단 가성비가 확실히 떨어졌다
.
예전엔 몰라도 이젠 밑지는 장사다
.
저성장
·
재정난
·
인구병 등 거시악재가 고성장식 성공모델에 종지부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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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구멍이 좁아졌을 뿐더러 통과한들 성공인생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
내로라는 학벌조차 취업난은 매한가지다
. ‘
스펙
=
성공
’
마저 의심받는다
.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
그럼에도 부모라면 자녀행복을 고대하지 않을 수 없는 법
.
묘안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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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성이다
.
먼저 인간이 되도록 가르치는 게 케케묵은
,
그럼에도 안 통하는 유물적 성공루트보다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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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만 잘해서 앞서가기 힘든 시대다
.
우리도 이젠 성공이 아닌 행복을 따질 때가 됐다
.
책은 그 실천방법으로 밥상머리 인성교육을 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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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교육을 통해 행복에 다가설 필요를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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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해 필요한 게 사람
,
밥
,
대화이고
,
그 실현무대를 밥상머리로 본다
.
세계최강이라 불리는 유대인의
DNA
도 밥상머리에서 진화
·
축적됐다는 경험적인 근거자료를 덧붙인다
.
사실상 한국사회의 불행지표를 해결할 최소공간이 밥상머리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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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의 밥상머리 교육을 말하지만 한국인답게 한국식으로 재구성한 게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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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익숙하지 않은 가족이면 실천단계별로 매뉴얼을 고안
·
정리한 부분이 도움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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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머리 교육이란 게 이렇듯 다양하고 체계적일 수 있다는 점이 재미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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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고 작위적인 내용이 없진 않지만 크게 걸리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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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부담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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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밥
(
獨食
)
이 판치는 각박한 시대환경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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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 회사인간에게 밥상머리 교육은 그림의 떡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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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해보자 권하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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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 작은 시도가 달라진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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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의 행복인생을 위한 밀알이 될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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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