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5
|
|
브린디스 뵤르기빈스노티르, 김선희 | 한마당 | 2017
파리라는 단어가 들어간 관용구는
대부분 부정적인 의미로 쓰인다.
장사가 잘 안 되는 경우에
‘파리 날리다’라는 표현을 쓰고,
보잘 것 없는 목숨을 가리켜
‘파리 목숨’이라고 한다.
손쉬운 죽음을 가리킬 때는 ‘파리 잡듯’, ‘파리 죽듯’이라고 말한다.
실생활에서도 장티푸스나 콜레라 등의 병원균을 옮기는
비위생적인 환경에 파리는 빠지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파리가 우리들에게 깊은 울림이 있는 메시지를 전한다.
집파리 세 마리가
테니스 라켓처럼 생긴 첨단 파리채를 주문한 집주인을 피해
파리를 좋아하는 승려들이 산다는 네팔로 향한다.
도중에 들른 아삼배드라는 곳에서
글을 쓰고 싶어 하는 파리 친구 ‘피토’ 등을 만나고
전쟁으로 인한 폐허를 목격하게 된다.
우여 곡절 끝에 네팔에 도착해서
승려들이 사는 사원에서 평화롭게 지내던 파리 삼총사는
다른 사람들도 좋은 삶을 누려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전쟁으로 고생하는 친구 파리를 생각하면서 아삼배드로 돌아온다.
파리들은 힘을 모아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전쟁을 방해하고
결국에는 전쟁을 지휘하는 장군의 입속으로 날아드는 파리
‘플라이’의 용감한 행동으로 인해 전쟁은 끝이 난다.
인간이 하찮게 여기는 파리가
인간 스스로도 끝내지 못하는 전쟁을 끝낸 것이다.
이 작품은 파리의 눈을 통해
인간이 벌이는 전쟁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지,
전쟁을 정당화하는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비판한다.
그리고 모든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지,
‘파리 목숨’이 아닌지를 말한다.
한반도의 전쟁 위기설 속에서
세월호 3주기를 보내는 우리에게,
자기 자신만을 생각하던 파리들이
더 나은 세상과 평화를 위해 힘을 합치는 모습을 통해
이 동화는 이런 질문을 던지고 있다.
함께 좋은 삶을 누리는 세상,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세상을 위해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
|
2017-04-28 |
164
|
|
전미화 | 문학동네 | 2017
어떤 경우, 모호함에서 명확함이 나올 수가 있다. 이 책의 경우다. 최소 스무 살의 혼자 사는 여자라는 것 외에는 아무 정보가 없는 주인공에게 느닷없이 공룡이 찾아온다. 거리낌 없이 눌러앉아 주인공의 일상을 휘저어놓는 공룡에 대한 정보도 아무 것도 없다. 이 모호하고 어리둥절한 정황을 작가는 유머로 끌고 간다. 공룡의 식탐은 어마어마하고, 잘 때는 코 골고 방귀 뀌는 게 장난이 아니다. 영화 보면서는 어찌나 생뚱맞은 반응을 보이는지 창피해 죽을 지경이다. 바이킹을 열 번도 더 타재서 나는 토할 것만 같다 ... 혹시 아이 키우는 이야기일까?
그러나 아니다. 주인공의‘너 누구니?’하는 질문에 모든 전모가 환히 밝혀진다. ‘그제야 기억 속 친구가 보인다. 우리는 짧은 시간을 함께 보냈고, 나만 어른이 되었다.’라는 글에서. 유머러스하지만 무채색에 가까운 일상을 완전히 뒤집는 무지갯빛 추상 그림에서. 열다섯 살, 배낭과 모자와 목에 두른 스카프라는 나들이 차림, 멸종된 공룡 ... 한순간에 명확해진다. 이것은 어떤 것들이 거의 멸종 수준으로 암흑 속으로 잠겨간‘그때의 시간’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이.
이 책은 그냥 기억에 관한 작품으로도 손색이 없다. ‘나는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잊으며 살아가고 있는 걸까?’라는 질문은 세계 어느 나라 독자에게든 깊은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런데 우리에게만 있는 어떤 공감대까지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아마 그럴 수 있을 것이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 어떤 사람들에게도 그들만의 공룡이 없었던 적이 없으니까. 기억해줘서 고맙다며 오랜만의 여행을 마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돌아가는 공룡의 뒷모습을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니까.
|
2017-04-28 |
163
|
|
케이티 하네트, 김경희 | 트리앤북 |
2017
블로섬 거리의 한 고양이가 사라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여태껏 관심 없이 지내던 이웃과
새로운 관계를 맺고 소통하는 모습을 담았다.
이 책은 다양한 인종이 생활하는 모습을
잔잔한 분위기의 화풍으로 그려 냈는데,
그들의 모습은 실제 우리 주변의 이웃과 크게 다르지 않다.
|
2017-04-28 |
162
|
|
이주희 글, 강병호 그림 | 철수와영희 | 2017
우리나라 멸종 동물 이야기.
호랑이, 표범, 곰과 같은 커다란 포유동물부터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물고기와 맹꽁이, 소똥구리와 같은 작은 동물까지
각기 다른 멸종 원인과 그 역사를 짚어본다.
권말 ‘작은 동물 사전’에서는,
이 책에 등장하는 22종의 동물을 자세히 알려주고 있다.
|
2017-04-28 |
161
|
|
쿄 매클리어 글, 훌리아 사르다 그림, 신지호 옮김 |
노란상상 | 2016
매일 매일 계획을 짜고 메모를 하는 가족이 있습니다.
이 가족은 봄, 여름, 가을, 겨울 항상 메모를 하고 계획을 짭니다.
메모는 점점 늘어나서 집 안을 가득 채웠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낮선 남자가 이 가족을 찾아왔습니다.
낮선 남자는 이 가족에게 어떤 변화를 주게 될까요?
‘완벽’과 대조되는 ‘빈칸’이
제목으로 나란히 자리하고 있어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 호기심을 갖게 하는 책입니다.
글을 쓴 ‘쿄 매클리어’는
캐나다의 어린이 책 상 ‘총독 문학상’과
‘K.M 헌터 문학상’을 받은 작가입니다.
그림 작가 ‘훌리아 사르다’의
독특한 색채의 그림과
글의 배치는
상상력을 자극하여
이야기를 한 층 더 재미있게 만듭니다.
낮선 사람이 등장하기 전 가족이 메모하는 모습과
낮선 사람과 함께 어우러져 메모하는 모습의 변화를 찾아보세요.
같은 듯 다른 그림에서 계획의 목록 마지막 칸을 비워두게 된 가족의
‘완벽한 계획에 필요한 빈칸’의 의미를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
2017-04-05 |
160
|
|
이가을 지음 |
북극곰 |
2017
우리땅의 아이들 중어려서부터
도깨비 이야기를 들어보지 않고 자란 아이들이 있을까요?
그만큼 도깨비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옛날이야기에 등장하는 단골 주인공이며,
전래동화를 통하여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친구같은 존재입니다.
사람들에게 모습을 들켜서도 안 되고 무엇을 가질수도 없는 도깨비들은
사람과 친구가 되고 싶어 늘 마을을 기웃거립니다.
사람들을 골려주는 심술꾸러기 도깨비,
선한 사람들을 몰래 도와주는 착한 도깨비,
악한 사람들을 벌하는 무시무시한 도깨비 등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곤 합니다.
<도깨비가 슬금슬금> 이 책에는
'하나밖에 모르는 도깨비 하나', '씨름꾼 도깨비 어영차', '수다쟁이 도깨비 와글와글' 등
다양한 성격을 가진 도깨비 7편의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도깨비에게 느끼는 친근감과 재미가 더해지는
작은 이야기들을 통해 우리는 어느새 이야기 속 주인공이 되어
도깨비와 씨름을 한 판 벌이기도 하고 도깨비의 마음 씀씀이에 행복해지기도 합니다.
재미와 감동을 주는 뛰어난 이야기꾼 이가을 작가는
도깨비와 함께 우리에게 '슬금 슬금' 다가와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일까요?
|
2017-04-05 |
159
|
|
글: 박준희, 그림: 한담희 |
책고래 |
2017
홍두는 꼼짝 않고 앉아서
누군가가 자기의 머리카락을 잘라내는 미용실 가는 게 정말 싫습니다.
그런데 어느 일요일 아침, 신문 사이에 끼여 온 “축 고릴라 미용실 오픈이벤트~
어린이 손님은 블록 증정!!” 이라는 광고지를 보고 엄마, 아빠를 따라 미용실에 갑니다.
마침내 머리를 다 자르고 블록을 받게 된 홍두는
미용사 아저씨를 보는 순간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습니다.
아저씨 손에 털이 빽빽하게 나 있는 게 아니겠어요.
그러고 나서 주위를 둘러보니 미용실 안이 온통 고릴라 천지입니다.
그것도 원래는 털이 없는 민고릴라들 입니다.
털 박사 할아버지가 발명한 척척본드로
인간의 머리카락을 붙여 저마다 원하는 모양과 색깔로 몸을 꾸미는 고릴라들,
해마다 털 축제를 열어 ‘올해의 털’을 뽑기도 한답니다.
홍두는 이 고릴라 미용실에서 어떤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될까요?
이 책은 어린이들이 왜 미용실에 가는 것을 싫어할까? 하는
의문에서 작가는 상상력을 발휘하기 시작했습니다.
단순히 머리카락을 다듬고 자르고 염색하는
‘사람들만을 위한 미용실’ 이 아니라
잘려 나간 내 머리카락이
고릴라의 몸치장에 쓰이는 ‘고릴라 미용실’도 있다는
기발한 상상의 미용실이 등장하니까요.
그런데 단지 미용실 뿐일까요?
작가처럼 발상의 전환을 해 보세요.
하기 싫어하는 일, 가기 싫어하는 곳도
내가 알고 있던 것과 다르다면 어떨까요?
세상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신기하고 놀라운 일로 가득 차 있답니다
|
2017-04-05 |
158
|
|
박현주 글, 그림 |
이야기꽃 |
2016
첫 페이지를 열면 어느 오후의 방안 풍경이 그려져 있습니다.
방문 밖에 차려진 밥상도 보입니다.
가방과 벗어진 양말짝들이 나뒹굴고 있고
동생은 텔레비전, 누나는 스마트 폰에 빠져있네요.
동생은 텔레비전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로
누나에게 허무맹랑한 질문을 던집니다.
화면 속에서 등장하는 동물들마다 키워보는 것이 어떠냐는 것이지요.
누나는 스마트 폰에 열중하느라 매번 건성으로 대답하다가
급기야 말도 안 된다며 동생을 쥐어박아 울리고 맙니다.
몹시 미안해진 누나는 어떤 이야기로 과연 동생을 달랠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들만의 어떤 비밀이 생긴 걸까요?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각자 텔레비전과 스마트폰을 바라보며
의미 없는 대화를 나누는 남매의 모습이
요즘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남매는 어느새 상상의 나래를 펼쳐가며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그림은 남매의 사랑처럼 섬세하고 따뜻합니다.
현실은 무채색으로,
주인공 아이들과 상상 장면들은 다채색으로
표현한 것이 인상적입니다.
책 면지 앞과 뒤, 이야기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을 비교해보세요.
그림이 말해주는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독특한 구성으로 주목받은
<나 때문에>의 작가 박현주의 두 번째 그림책입니다.
|
2017-04-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