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5
|
 |
김우경 글, 장순일 그림 | 고인돌 | 2017
식당에서 젊은 부부 사이에 앉아 있는
아이의 손에 스마트폰이 들려 있다.
흔들거리는 유모차에 탄 유아의 고사리 손에서도
스마트폰의 화면이 번뜩인다.
저 빛과 소리는 과연 어디를 향한 것일까?
저맘때 아이들에게 정작 보여줘야 할 것은
푸르른 나무와 파닥거리는 물고기, 생명의 아름다움이 아닐까?
달팽이산 아래 별장지기로 일하는 아버지와 사는 주인공 소금이.
원래 이름은 이룸이었고 출생신고하면서 이름이가 되었지만
동물들에게는 소금이라고 불린다.
소금이는 학교에 다니지 않지만
숲속의 나무와 풀, 동물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산신령 할아버지와 도깨비들과도 어울려 살아간다.
숲에 사는 동식물들과 힘을 합쳐
온천과 골프장을 건설하려는
어른들의 욕심에 맞서 숲을 지켜낸다.
작품 내내 등장하는 땅과 동식물의 이름은
고운 우리말의 속살을 보여주고
산신령과 도깨비 이야기는
우리 고유의 설화에 맥이 닿아 있다.
판타지이되 파괴적이지 않으며
환상적이되 생명성에 뿌리를 둔 아름다운 동화이다.
더욱이 작가가 병마에 시달리며 마지막으로 완성한 작품이기에
작가의 생명에 대한 간절함이 이야기 곳곳에 살아 숨 쉰다.
작가는 자신의 생명을 이 작품의 등장인물에게
오롯이 쏟아 넣은 것은 아닐까?
책장을 넘길 때마다 만나는 동식물 세밀화를 보며
새로운 생물의 이름을 알아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문명화된 세상, 인공지능이
일반화되어 가는 인류에게 필요한 것은
기계나 영상의 현란함이 아니라
자연의 향기와 소리에 다가설 수 있는 열린 마음이다.
모든 생명은 서로 마음을 나누고 도우며 살아간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고 생명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마음을
우리 아이들이 느낄 수 있도록 해 주는 일은 나중이 없다.
스마트폰을 끄고 아이와 함께 동화책을 펼치는 일,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
2017-06-08 |
174
|
 |
백희나 | 책읽는곰 | 2017
백희나의 그림책들에는
먹을 것이 주요 모티프로 등장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
구름빵
,
달 샤벳
,
꿈에서 맛본 똥파리
,
장수탕 선녀님의 요구르트 등
.
그리고 이번에는 알사탕이다
.
이 모티프들은 단순한 간식이 아니라
현실과 환상이 버무려진 음식으로
,
현실의 팍팍함을 혹은 달콤하게 감싸고
혹은 시원하게 날림으로써
등장인물들에게 카타르시스와 위안을 준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
이번에 등장하는 알사탕은
혼자 놀던 동동이를 주변 인물과 동물
,
심지어는 사물들과도 소통하게 하면서
일상에 촉촉한 온기를 불러오는 역할을 한다
.
이유는 모르지만 무리지어 노는 아이들에 섞이지 못하고
혼자 구슬놀이를 하던 동동이
.
구슬을 더 사러 들른 구멍가게에서
할아버지가 건네는 알사탕을 받아 입에 넣자
어디선가 소리들이 들린다
.
옆구리에 리모컨이 끼여 아픈 소파
,
나이 먹어 동동이와 놀기가 힘든 강아지
,
퍼붓는 잔소리 속에
‘
사랑해
’
라는 말을 숨기고 있는 아빠
,
하늘나라에서 동동이를 응원하는 할머니
...
이런 환상 속의 말들 덕분에
동동이 마음속의 외로움과 서러움
,
야속함들이
스르르 녹아 없어진다
.
마치 입 안에서 녹는 알사탕처럼
.
그렇게 위로와 힘을 받고 난 동동이는
마지막 알사탕을 입에 넣지만
이번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
대신 동동이의 입에서
그동안 그토록 꺼내기 힘겨웠던 말이 나온다
.
“
나랑 같이 놀래
?”
동동이 혼자 하는 구슬치기에도
입가에 미소는 어리지만
,
친구가 생긴 동동이 집 앞에 놓인
두 대의 스케이트보드에는 마음이 폭 놓인다
.
여전히 감탄스러울 정도로
세밀하게 만들어낸 피규어들과
배경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
아이들이나 강아지의 몸짓과 표정이
전작보다 더욱 유려해지고 풍성해진 듯하다
.
누구 한 사람 없는 가족에게도
따뜻한 시선과 관심을 보내주고 싶었다는
작가의 의도 덕분에
엄마 없는 동동이에게
대책 없이 쏠리는 동정심도 자제할 수 있다
.
아빠와 강아지
,
친구와 소파와 함께
씩씩하게 지내렴
,
동동아
.
|
2017-06-08 |
173
|
 |
이나가키 히데히로, 김수정 | 윌컴퍼니 | 2017
대한민국의 현재 합계 출산율은 1.17명.
이 출산율이 유지된다면
2016년 약 5천만 명이었던 대한민국의 인구수는
약 120년 후에는 천만 명으로 급속히 줄어든다.
줄어든 인구수는 늘지 않고 계속 하락세를 이어갈 것이다.
그리고 2750년!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사람은 제로!
이렇게 해서 한국인은 소멸할지도 모른다.
인구절벽에 매달려
인류 최초로 소멸 위기에 놓인 대한민국에게는
그 탈출법이 간절히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에 배우 앤 해서웨이는
UN 연설회장에서 세계적인 배우인 자신마저도
다른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일과 가정이란 두 가지 갈림길에서
불안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장 큰 문제는 육아!
‘독박육아’라고 부를 만큼 여성에게만 지워진 육아의 문제,
동물들은 과연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까?
영하 60도의 혹한 속에서
4개월 간 먹지도 않으면서 알을 품는 황제펭귄이나
임신과 출산을 담당하는 해마의 이야기는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펭귄과 해마의 수컷의 희생이 딱히 육아라고 할 수는 없다.
이에 반해 오스트레일리아에 서식하는 새인 에뮤는
수컷 혼자서 육아를 한다.
암컷은 알을 낳고는 사라진다.
수컷은 8주 동안 아무 것도 먹지 않으면서 알을 품는다.
그리고 18개월 동안이나 계속되는 육아를 혼자 담당한다.
번식기에는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 알을 품고,
알에서 병아리가 부화하면
새끼들을 데리고 방랑하는 나날들,
그것이 수컷 에뮤의 삶이다.
인간 여성과 닮지 않았는가!
『수컷들의 육아분투기』는 자연계의 수컷들이
육아를 어떻게 하는지 흥미롭게 소개한 책이다.
늑대 거미, 프레리도그 등 수컷들의 자식 사랑이
감동적으로 펼쳐진다.
육아는 암컷만의 역할이 아니라,
수컷의 협력을 통해 이뤄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구 소멸의 위기 앞에 있는 대한민국 남성들이
가슴을 치며 읽어야 할 책이다.
|
2017-06-08 |
172
|
 |
박완서 글, 김명석 그림 | 어린이작가정신 | 2017
박완서 작가의 콩트집 <나의 아름다운 이웃>에 수록된 짧은 소설에 <빨간 등대>로
눈높이 아동문학상을
<행복한 두더지>로 황금도깨비상을 수상한 김명석 작가의 명료하고 강렬한 판화그림이 더해져
새롭게 만들어진 그림책입니다.
노인과 아이는 인간의 욕심과 무지가 불러온 전염병으로
살던 땅을 잃고 새로운 땅을 찾아 나섭니다.
하지만 새롭게 찾은 고장은
공장에서 참된 말이 적힌 책을 태워 돈을 벌고,
거짓을 참이라고 강요받고,
오염된 자연 속에서 나온 먹을 것에는
독이 있어 먹을 수가 없는 곳입니다.
어쩔 수 없이 두 사람은
다시 새로운 고장을 향해 걸음을 옮깁니다.
노인과 소년은 그들이 꿈꾸는 세상과 만날 수 있을까요?
한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박완서 작가가
1970년대 한국 사회를 그만의 치밀한 관찰로 섬세하게 그려낸 이 작품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은유와 풍자로 탐욕과 거짓이 가득한 사회를 꼬집고
올바른 사회와 삶은 무엇인지 질문합니다.
작가는 우리와 우리 다음 세대로 비춰지는
노인과 소년이
찾게 될 새로운 땅이
어떤 세상이면 좋을지 함께 고민하길 바라면서
이 책을 썼을것이라고 생각해봅니다.
|
2017-04-28 |
171
|
 |
세르히오 라이를라 글, 아나 G. 라르티테기 그림, 남진희 역 | 살림어린이 | 2017
살아가면서 우리는 행운을 더 많이 만나게 될까요, 아니면 불행한 일과 더 많이 부딪히게 될까요?
이 책은 <행운을 찾아서>라는 하나의 제목에 두가지의 이야기를 담은 독특한 형식의 책입니다. 책의 반을 나누어 행운 씨의 여행 이야기를 들려주고 거꾸로 뒤집어 나머지 반은 불운 씨의 여행 이야기를 대조적으로 보여줍니다.
행운 씨와 불운 씨, 이 두 남자는 똑같은 세레레 섬으로 여행을 떠나게 되는데 여행의 출발부터 전혀 다른 모습입니다. 불운 씨는 매사에 충동적이고, 급하고, 여유가 없으며 사전에 계획을 세우지 않는 성격인 반면 행운 씨는 계획적이며 여유롭고 느긋하며 낙천적인 성격의 사람입니다. 두 사람이 세레레 섬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비행기와 기차와 배를 타고 가야하는데, 행운 씨와 불운 씨는 과연 어떤 여행을 하게 될까요?
이 책은 똑같은 상황을 다르게 대하고 풀어가는 두 사람의 차이를 보여줌으로써 진정한 행운의 의미를 알수 있도록 해주는 감성 그림책입니다. 특히 글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한 상황을 그림으로 생생하게 보여주는가 하면, 상반된 상황을 연결시켜주는 숨은 그림 찾기 같은 장면의 재미도 살짝 숨겨 놓았습니다.
|
2017-04-28 |
170
|
 |
플란텔 팀 글 ; 루시 구티에레스 그림 ; 김정하 옮김 |
풀빛
|
2017
“여자와 남자는 같아요“ 는
우리 사회에 알게 모르게 존재하는
남녀 차별과
우리가 이루어야 할
양성평등에 대한 이야기를
간결하면서도 의미 있는 그래픽 화면으로 표현했습니다.
책 표지도 남자는 치마를 입고 구두를 신은 모습으로
여자는 바지정장에 넥타이를 멘 모습으로 그려 놓았습니다.
중요한 남자와 중요하지 않은 여자,
똑똑한 여자와 멍청한 남자를 대비시켜 놓고
일과 지능과 용기는 남자인지 여자인지와는 아무 상관이 없으며
여자와 남자는 성을 제외하고는 모든 면이 똑같다고 이야기 합니다.
그런데 부모들이 아들은 중요한 사람이 되도록
딸은 중요한 남자의 아내가 되도록 가르치고
어른들의 기대에 따라 자라기 때문에
여자와 남자가 서로 다른 모습이 되었다고
콕콕 찍어서 구체적으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 책이 처음 쓰여진 것이 1978년이니까
40년이 지난 지금은 양성평등이
많이 실현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남자니까, 여자니까,
아들이니까, 딸이니까 라는 말로
무의식적으로 교육받고 강요되고 있는
차별들을 주변에서 볼 수 있습니다.
책장의 처음과 마지막 페이지에
여자의 일생과 남자의 일생을
태어나면서 부터 흙으로 돌아갈 때까지의
모습으로
그려 놓았습니다.
단순하면서도 핵심을 정확하게 표현한 남녀의 일생을 보면
누가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하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이 책의 한 장면 한 장면을 함께 보면서
여자와 남자에 대해 가지고 있는 편견은 무엇인지
양성평등을 위해 어떤 노력들이 필요한지 이야기 해보세요.
이 책은 2016년 볼로냐 라가치 상 논픽션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
2017-04-28 |
169
|
 |
이석구 글, 그림 | 한울림어린이 | 2017
이 책은 면지부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엄마는 쿨쿨 자고 있는 소윤이를 흔들어 깨우고 있습니다.
엄마가 아침밥을 준비하는 동안 소윤이는 살금살금 일어나 숨바꼭질 놀이를 시작합니다.
전등갓에 머리만 숨기고, 커튼 뒤로 발이 다 보이도록 숨어있는 소윤이 모습이 우리 아이의 모습 같아 마냥 귀엽습니다. 이제 술래가 바뀌었을까요? 소윤이를 찾는 엄마의 소리가 멈췄습니다. 순간 아이는 몹시 불안해집니다. 엄마는 어디에 숨었을까요?
그림책 속에서 엄마가 뻔히 보이지만 소윤이는 엄마를 발견하지 못합니다. 책을 보는 유아는 소윤이와 함께 엄마를 찾아보면서 이야기에 집중 할 수 있습니다.
집안 풍경이나 곳곳에 널려있는 아이소품, 놀잇감, 책들은 사실적이고 섬세하게 그려져 있어 더욱 익숙하고 흥미롭습니다. 또한 소윤이의 즐거운 숨바꼭질은다양한 색감으로 따뜻하게 그려지다가 엄마가 사라진 집안 풍경은 갑자기 무채색으로 차갑게 표현한 것이 인상적입니다.
작가는 ‘모든 사람들이 서로 끝없는 숨바꼭질을 하며 살고 있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에서 이 책을 만들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숨바꼭질을 통해 정말 소중한 것은 바로 가까운 곳에 있다는 작은 진리도 함께 배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2017-04-28 |
168
|
 |
김경희 글·그림 | 비룡소
| 2017
어느 마을에 '괜찮아 아저씨'가 살고 있었습니다. 아저씨는 아침이면 세수를 하고 머리 모양을 만들었습니다. 아저씨의 머리카락은 고작 10개뿐이었지만 자신의 모습을 보고 ""오, 괜찮은데?""라고 말하는 초긍정 아저씨였습니다. 그런데 이 일을 어쩌죠? 아저씨가 동물 친구와 달리기, 시소타기, 물놀이 등을 할 때마다 아저씨의 머리카락이 한 올씩 쏘옥 빠지는 게 아니겠어요? 아저씨는 몇 개 남지 않은 머리카락을 땋아보기도 하고, 더듬이 모양을 만들며 머리를 손질해봅니다. 하지만 ‘괜찮아 아저씨’ 는 이 역시도 ""오, 괜찮은데?""라고 말하는데요. 과연 아저씨의 긍정의 힘은 언제까지 계속 될까요? 책속에서 확인해보세요.
이 그림책은 '괜찮다'는 글로 따뜻한 위로를 주고, 유쾌하고 익살스러운 그림으로 즐거움을 줍니다.
그림은 선의 강약을 이용해 마치 만화 캐릭터 같이 표현했으며, 아저씨의 머리카락을 세어 볼 수 있도록 1에서 10까지의 숫자를 표기하였습니다. 처음 숫자를 접하거나 배우는 아이에게 수세기 놀이 책으로 쉽고 재미있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2016년 “제1회 비룡소 캐릭터 그림책상” 수상작입니다.
|
2017-04-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