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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란 | 사계절 | 2017
어린이이야기나 그림책에서는 온갖 것들이 의인화된다.
토끼들이 옷을 입고 두 발로 걷고
식탁에서 밥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는 건 기본이다.
민들레 같은 식물, 돌멩이 같은 무생물도
스스로 움직이고 말할 수 있다.
모든 사물에 생명을 불어넣고
독자적인 존재감을 부여하는 일,
그것이 어린이 책의 가장 큰 힘이다.
『상추씨』는 그런 힘 있는
생명창조의 선상에 있는 책이다.
우리 밥상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채소인 상추.
키우기 쉽고, 값싸고, 요리랄 것도 없이
대충 먹어도 되는 상추.
그런 상추를 이 작가는 어떻게 살려내고 있을까.
표지를 보면 상추 두 장 위에
삼겹살 한 점, 생선회 한 점이 놓여 있다.
상추는 바야흐로 그 고기들과 함께
사람 입 속으로 사라질 참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무시무시한 장면일 수도 있다.
이 사이에서 으깨짐으로 생이 마감되는 운명 아닌가.
하지만 상추들은 다소곳이 눈을 감은 채
옅은 미소를 띠고 있다.
팔이나 손이 그려진 건 아니지만
고깃점들을 감싸 안고 있는 것 같다.
빨간 머리 아기처럼 보이기도 하는
생선회를 안은 상추의 뺨에는
하트 모양의 홍조까지 그려져 있다.
이 아이들은 참 행복해 보인다.
상추로서의 운명을 전면적으로 수락하며
할 일을 다 하는 데서 오는 성취감을 보여주는 걸까?
각종 천을 정성껏 가위질하고 꼼꼼하게 바느질해
상추를 살려낸 작가는
그런 몸 바침에 대해서 말하고 싶어 했던 걸까?
돌담 안에 뿌려진 상추씨에서
싹이 나고 잎이 자라는 과정은
천을 이용한 의인화 일러스트 안에서
사랑스럽게 펼쳐지지만,
그 생생한 얼굴의 상추들이 결국 뜯겨나가
밥상 위의 먹을거리로 놓이는 장면은
엄정한 자연의 섭리를 말해주고 있는 듯하다.
동물이든 식물이든 인간이든,
살아가는 일 자체가
남을 위해 몸을 바치는 일이란다.
이런 말이 들리는 듯하다.
하지만 그건 비극이 아니다.
꽃 피운 상추에서 받은 상추씨가 그 삶을 되돌려준다.
그렇게 생명은 이어져가고
그 가운데 한 몫을 담당하는 일은
충분히 소중하고 아름다울 수 있음을
상추들이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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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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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형 글, 박영란 그림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 2017
일상생활 속에서 찾아볼 수 있는 아이들 이야기 11편.
진실을 말해도 거짓말처럼 들리는
가난을 겪고 있는 아이 이야기인 표제작 등,
아이들이 처한 상황은 다양하다.
가족 문제, 가난 문제, 외모 고민, 성적 고민 등
가볍게 다룰 수 없는 여러 이야기들이 모여
한 권의 책을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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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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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르 카스티용, 김주경 | 씨드북 | 2017
프랑스 작가의 성장소설.
사랑스러운 쪼그만 양말,
캉텡이 알아 버린 달콤 쌉싸름한 세상 이야기.
작가는 캉텡이 어른이 되어 가는
그 절묘한 순간을 야무지게 잡아내었다.
다소 혼란스럽지만
아름다운 청소년기를 보내는 캉텡이
“난 정말 멋져!”라고 말할 수 있는
백만 가지 이유가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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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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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식 글, 홍성지 그림 l 길벗어린이 | 2017
심리학 역사에서 큰 의미를 갖는
다양한 심리 실험을 소개하며
심리학의 개념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바퀴벌레 육상 대회’, ‘아무것도 안 하기 실험’,
‘동조 실험’, ‘스키너의 상자 실험’ 같은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의 심리와 심리학에 대해 제대로 익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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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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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경 글, 장순일 그림 | 고인돌 | 2017
식당에서 젊은 부부 사이에 앉아 있는
아이의 손에 스마트폰이 들려 있다.
흔들거리는 유모차에 탄 유아의 고사리 손에서도
스마트폰의 화면이 번뜩인다.
저 빛과 소리는 과연 어디를 향한 것일까?
저맘때 아이들에게 정작 보여줘야 할 것은
푸르른 나무와 파닥거리는 물고기, 생명의 아름다움이 아닐까?
달팽이산 아래 별장지기로 일하는 아버지와 사는 주인공 소금이.
원래 이름은 이룸이었고 출생신고하면서 이름이가 되었지만
동물들에게는 소금이라고 불린다.
소금이는 학교에 다니지 않지만
숲속의 나무와 풀, 동물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산신령 할아버지와 도깨비들과도 어울려 살아간다.
숲에 사는 동식물들과 힘을 합쳐
온천과 골프장을 건설하려는
어른들의 욕심에 맞서 숲을 지켜낸다.
작품 내내 등장하는 땅과 동식물의 이름은
고운 우리말의 속살을 보여주고
산신령과 도깨비 이야기는
우리 고유의 설화에 맥이 닿아 있다.
판타지이되 파괴적이지 않으며
환상적이되 생명성에 뿌리를 둔 아름다운 동화이다.
더욱이 작가가 병마에 시달리며 마지막으로 완성한 작품이기에
작가의 생명에 대한 간절함이 이야기 곳곳에 살아 숨 쉰다.
작가는 자신의 생명을 이 작품의 등장인물에게
오롯이 쏟아 넣은 것은 아닐까?
책장을 넘길 때마다 만나는 동식물 세밀화를 보며
새로운 생물의 이름을 알아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문명화된 세상, 인공지능이
일반화되어 가는 인류에게 필요한 것은
기계나 영상의 현란함이 아니라
자연의 향기와 소리에 다가설 수 있는 열린 마음이다.
모든 생명은 서로 마음을 나누고 도우며 살아간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고 생명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마음을
우리 아이들이 느낄 수 있도록 해 주는 일은 나중이 없다.
스마트폰을 끄고 아이와 함께 동화책을 펼치는 일,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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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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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희나 | 책읽는곰 | 2017
백희나의 그림책들에는
먹을 것이 주요 모티프로 등장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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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빵
,
달 샤벳
,
꿈에서 맛본 똥파리
,
장수탕 선녀님의 요구르트 등
.
그리고 이번에는 알사탕이다
.
이 모티프들은 단순한 간식이 아니라
현실과 환상이 버무려진 음식으로
,
현실의 팍팍함을 혹은 달콤하게 감싸고
혹은 시원하게 날림으로써
등장인물들에게 카타르시스와 위안을 준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
이번에 등장하는 알사탕은
혼자 놀던 동동이를 주변 인물과 동물
,
심지어는 사물들과도 소통하게 하면서
일상에 촉촉한 온기를 불러오는 역할을 한다
.
이유는 모르지만 무리지어 노는 아이들에 섞이지 못하고
혼자 구슬놀이를 하던 동동이
.
구슬을 더 사러 들른 구멍가게에서
할아버지가 건네는 알사탕을 받아 입에 넣자
어디선가 소리들이 들린다
.
옆구리에 리모컨이 끼여 아픈 소파
,
나이 먹어 동동이와 놀기가 힘든 강아지
,
퍼붓는 잔소리 속에
‘
사랑해
’
라는 말을 숨기고 있는 아빠
,
하늘나라에서 동동이를 응원하는 할머니
...
이런 환상 속의 말들 덕분에
동동이 마음속의 외로움과 서러움
,
야속함들이
스르르 녹아 없어진다
.
마치 입 안에서 녹는 알사탕처럼
.
그렇게 위로와 힘을 받고 난 동동이는
마지막 알사탕을 입에 넣지만
이번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
대신 동동이의 입에서
그동안 그토록 꺼내기 힘겨웠던 말이 나온다
.
“
나랑 같이 놀래
?”
동동이 혼자 하는 구슬치기에도
입가에 미소는 어리지만
,
친구가 생긴 동동이 집 앞에 놓인
두 대의 스케이트보드에는 마음이 폭 놓인다
.
여전히 감탄스러울 정도로
세밀하게 만들어낸 피규어들과
배경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
아이들이나 강아지의 몸짓과 표정이
전작보다 더욱 유려해지고 풍성해진 듯하다
.
누구 한 사람 없는 가족에게도
따뜻한 시선과 관심을 보내주고 싶었다는
작가의 의도 덕분에
엄마 없는 동동이에게
대책 없이 쏠리는 동정심도 자제할 수 있다
.
아빠와 강아지
,
친구와 소파와 함께
씩씩하게 지내렴
,
동동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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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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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가키 히데히로, 김수정 | 윌컴퍼니 | 2017
대한민국의 현재 합계 출산율은 1.17명.
이 출산율이 유지된다면
2016년 약 5천만 명이었던 대한민국의 인구수는
약 120년 후에는 천만 명으로 급속히 줄어든다.
줄어든 인구수는 늘지 않고 계속 하락세를 이어갈 것이다.
그리고 2750년!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사람은 제로!
이렇게 해서 한국인은 소멸할지도 모른다.
인구절벽에 매달려
인류 최초로 소멸 위기에 놓인 대한민국에게는
그 탈출법이 간절히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에 배우 앤 해서웨이는
UN 연설회장에서 세계적인 배우인 자신마저도
다른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일과 가정이란 두 가지 갈림길에서
불안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장 큰 문제는 육아!
‘독박육아’라고 부를 만큼 여성에게만 지워진 육아의 문제,
동물들은 과연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까?
영하 60도의 혹한 속에서
4개월 간 먹지도 않으면서 알을 품는 황제펭귄이나
임신과 출산을 담당하는 해마의 이야기는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펭귄과 해마의 수컷의 희생이 딱히 육아라고 할 수는 없다.
이에 반해 오스트레일리아에 서식하는 새인 에뮤는
수컷 혼자서 육아를 한다.
암컷은 알을 낳고는 사라진다.
수컷은 8주 동안 아무 것도 먹지 않으면서 알을 품는다.
그리고 18개월 동안이나 계속되는 육아를 혼자 담당한다.
번식기에는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 알을 품고,
알에서 병아리가 부화하면
새끼들을 데리고 방랑하는 나날들,
그것이 수컷 에뮤의 삶이다.
인간 여성과 닮지 않았는가!
『수컷들의 육아분투기』는 자연계의 수컷들이
육아를 어떻게 하는지 흥미롭게 소개한 책이다.
늑대 거미, 프레리도그 등 수컷들의 자식 사랑이
감동적으로 펼쳐진다.
육아는 암컷만의 역할이 아니라,
수컷의 협력을 통해 이뤄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구 소멸의 위기 앞에 있는 대한민국 남성들이
가슴을 치며 읽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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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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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찬 글, 한태희 그림 | 봄봄출판사 | 2017
입양아라는 사실이 마음의 상처로 남아있는 홍다미가 전학 간 학교에서 입양아지만 입양 사실을 숨기지 않는 밝은 친구 한나를 만난다. 다미는 밝음 뒤에 숨어 있는 한나의 어둠을 조금씩 알아가면서 자신에 대해서도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둘은 서로 힘들 때 지켜주는 사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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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