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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린디스 뵤르기빈스노티르, 김선희 | 한마당 | 2017
파리라는 단어가 들어간 관용구는
대부분 부정적인 의미로 쓰인다.
장사가 잘 안 되는 경우에
‘파리 날리다’라는 표현을 쓰고,
보잘 것 없는 목숨을 가리켜
‘파리 목숨’이라고 한다.
손쉬운 죽음을 가리킬 때는 ‘파리 잡듯’, ‘파리 죽듯’이라고 말한다.
실생활에서도 장티푸스나 콜레라 등의 병원균을 옮기는
비위생적인 환경에 파리는 빠지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파리가 우리들에게 깊은 울림이 있는 메시지를 전한다.
집파리 세 마리가
테니스 라켓처럼 생긴 첨단 파리채를 주문한 집주인을 피해
파리를 좋아하는 승려들이 산다는 네팔로 향한다.
도중에 들른 아삼배드라는 곳에서
글을 쓰고 싶어 하는 파리 친구 ‘피토’ 등을 만나고
전쟁으로 인한 폐허를 목격하게 된다.
우여 곡절 끝에 네팔에 도착해서
승려들이 사는 사원에서 평화롭게 지내던 파리 삼총사는
다른 사람들도 좋은 삶을 누려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전쟁으로 고생하는 친구 파리를 생각하면서 아삼배드로 돌아온다.
파리들은 힘을 모아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전쟁을 방해하고
결국에는 전쟁을 지휘하는 장군의 입속으로 날아드는 파리
‘플라이’의 용감한 행동으로 인해 전쟁은 끝이 난다.
인간이 하찮게 여기는 파리가
인간 스스로도 끝내지 못하는 전쟁을 끝낸 것이다.
이 작품은 파리의 눈을 통해
인간이 벌이는 전쟁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지,
전쟁을 정당화하는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비판한다.
그리고 모든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지,
‘파리 목숨’이 아닌지를 말한다.
한반도의 전쟁 위기설 속에서
세월호 3주기를 보내는 우리에게,
자기 자신만을 생각하던 파리들이
더 나은 세상과 평화를 위해 힘을 합치는 모습을 통해
이 동화는 이런 질문을 던지고 있다.
함께 좋은 삶을 누리는 세상,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세상을 위해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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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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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화 | 문학동네 | 2017
어떤 경우, 모호함에서 명확함이 나올 수가 있다. 이 책의 경우다. 최소 스무 살의 혼자 사는 여자라는 것 외에는 아무 정보가 없는 주인공에게 느닷없이 공룡이 찾아온다. 거리낌 없이 눌러앉아 주인공의 일상을 휘저어놓는 공룡에 대한 정보도 아무 것도 없다. 이 모호하고 어리둥절한 정황을 작가는 유머로 끌고 간다. 공룡의 식탐은 어마어마하고, 잘 때는 코 골고 방귀 뀌는 게 장난이 아니다. 영화 보면서는 어찌나 생뚱맞은 반응을 보이는지 창피해 죽을 지경이다. 바이킹을 열 번도 더 타재서 나는 토할 것만 같다 ... 혹시 아이 키우는 이야기일까?
그러나 아니다. 주인공의‘너 누구니?’하는 질문에 모든 전모가 환히 밝혀진다. ‘그제야 기억 속 친구가 보인다. 우리는 짧은 시간을 함께 보냈고, 나만 어른이 되었다.’라는 글에서. 유머러스하지만 무채색에 가까운 일상을 완전히 뒤집는 무지갯빛 추상 그림에서. 열다섯 살, 배낭과 모자와 목에 두른 스카프라는 나들이 차림, 멸종된 공룡 ... 한순간에 명확해진다. 이것은 어떤 것들이 거의 멸종 수준으로 암흑 속으로 잠겨간‘그때의 시간’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이.
이 책은 그냥 기억에 관한 작품으로도 손색이 없다. ‘나는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잊으며 살아가고 있는 걸까?’라는 질문은 세계 어느 나라 독자에게든 깊은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런데 우리에게만 있는 어떤 공감대까지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아마 그럴 수 있을 것이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 어떤 사람들에게도 그들만의 공룡이 없었던 적이 없으니까. 기억해줘서 고맙다며 오랜만의 여행을 마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돌아가는 공룡의 뒷모습을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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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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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티 하네트, 김경희 | 트리앤북 |
2017
블로섬 거리의 한 고양이가 사라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여태껏 관심 없이 지내던 이웃과
새로운 관계를 맺고 소통하는 모습을 담았다.
이 책은 다양한 인종이 생활하는 모습을
잔잔한 분위기의 화풍으로 그려 냈는데,
그들의 모습은 실제 우리 주변의 이웃과 크게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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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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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희 글, 강병호 그림 | 철수와영희 | 2017
우리나라 멸종 동물 이야기.
호랑이, 표범, 곰과 같은 커다란 포유동물부터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물고기와 맹꽁이, 소똥구리와 같은 작은 동물까지
각기 다른 멸종 원인과 그 역사를 짚어본다.
권말 ‘작은 동물 사전’에서는,
이 책에 등장하는 22종의 동물을 자세히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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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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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연 외 | 학이사 | 2016
<백설공주>, <잭과 콩나무>, <인어공주>
심지어 <흥부놀부> 까지
13개의 동화가 새롭게 태어났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동화들을
신선하고 발칙한 발상을 가진
여고생들이
패러디하여 다시 썼다.
우리말과 영어, 두 가지 언어로 읽을 수 있는
색다른 동화의 맛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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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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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민 | 한솔수북 | 2017
내 속의 또 다른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마음속에 여러 가지 다른 ‘나’를 가지고 있는
우리의 내면 풍경을 보여 주는 데 그치지 않고,
낮선 나를 만나기 위한 호기심 넘치는 공간으로 초대한다.
이런 상징성을 아코디언처럼 펼쳐지는 형식과
날카롭게 잘린 면으로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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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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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나 l 학교도서관저널 | 2017
청소년 교양 잡지 편집장이자 고교생의 엄마인 저자가
청소년이 알아야 할 인문학 키워드 30개를 정리했다.
‘근대’, ‘자본주의’, ‘사상’, ‘개념’, ‘세계’라는 5개 주제로 나누어
파놉티콘, 부조리, 소외, 통섭, 가이아 등 인문학 키워드와
관련 담론을 이해하기 쉽게 입말로 풀어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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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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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 웰포드, 김루시아 | 세종주니어 | 2017
시간을 마음대로 오갈 수 있는 타임머신이 있다면 가장 가보고 싶은 순간은 어디일까? 사람들마다 다르겠지만,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대부분 미래의 어느 날로 가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한다든지, 복권 번호를 알아온다든지 하는 소원을 말한다. 반면에 나처럼 연식이 좀 된 사람들이라면 과거의 어느 순간으로 돌아가 자신의 결정적인 과오를 바로잡기를 원하는 것 같다. 아마도 살아갈 날이 많은 사람과 살아온 날이 많은 사람의 차이 때문일 것이다. 살아갈 날이 많은 사람은 미래가 궁금하고 살아온 날이 많은 사람은 후회가 많은 법이니까.
이 책의 주인공 앨 초드리는 열세 살 생일 선물로 5년 전 돌아가신 아빠의 비밀 편지를 받는다. 그 편지에서 아빠는 시간 여행이 가능한 타임머신을 개발했고 그 기계를 타고 1984년, 즉 아빠의 어린 시절로 돌아가 아빠의 죽음을 가져오게 되는 사건이 일어나지 않게 하면 아빠의 죽음을 막을 수 있다고 한다. 앨은 여러 번 어려움을 겪으면서 시간 여행을 하고 어린 시절의 아빠를 만난다. 앨의 시간 여행의 결과가 어떻게 진행될지는 직접 읽어보는 것이 좋겠다.
과학적 지식이 없더라도 문학적 상상력과 가족에 대한 애틋한 사랑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는 책이기에 몰입해서 읽을 수 있는 재미와 감동이 있다. 초등학생을 위한 책이지만 분량이 400쪽을 훨씬 넘는다. 우리의 고학년 동화들이 100쪽 내외가 대부분인 것과 비교해 보면 상당히 두꺼운 분량이다. 하지만 아이들의 집중력과 서사에 빠져드는 독서력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우리나라에서도 풍성한 장편 동화가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타임머신은 아이들의 무한한 상상력과 동심 속에서 늘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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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05 |